말하자면 정확한 위친 귓가와 머리 사이 어디쯤, 잡다한 자극으로 사라져가는 청각의 급소. 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공격당하는 고요한 수면 한복판. 늘 같은 골목길을 지나서 현관을 앞에 두고 주머니 안 쪽, 휴대기기가 던지는 조약돌에 열쇠를 집다 등 뒤를 돌아보네. 파동이 만지고 지나가는 곳마다 황홀한 통증을 동반하는 감각. 괴사한 줄로 안 기억의 환부가 채 아물지 않았음을 깨달은 순간, 베어 나온 피, 여전한 온기. 이번엔 또 어떻게 빠져나올지 나로서는 영원히 극복하기 힘들 거라고 여겼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극과 반응을 매개한 사건이 주는 패배감. 내가 지금껏 추구해온 가치가 실은 그저 허무한 꿈 아닐까. 아무 것도 모른 채 어리고 기괴한 형식을 잉태한 걸지도. 홀로 지은 성 안에 갇혀버린 지금, 나는 아마도 벌거벗은 임금. 아무도 볼 수 없는 옷 걸친 채로 공감하길 원하는 억지 순애보. 허전하기만한 가슴 한 쪽 채우기 위한 기만적인 자기만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첫 시작부터 어쩌면 시한부. 또 하루 저물고 술자리는 도시를 허물어. 무뎌진 호 불호. 어깨동무를 강요하는 세상 좋은 게 좋은 거 또 하루 저물고 술자리는 도시를 허물어. 무뎌진 호 불호. 어깨동무를 강요하는 세상 좋은 게 좋은 거 퇴근 후에 아주 가끔 닦아놓는 허용된 단 한 가지 날카로움. 머리 위 그어놓은 선을 따라 미끌거리는 얼굴 표면을 갈라, 그 단면을 백지 위에 그려내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내면. 치부와 자랑, 그 외 각종 감정이 혼재된 아말감을 살피는 안경. 눈을 찌푸리고 뭔가를 찾곤 했어. 그 누구보다 바로 내게 반복해서 들려줄만한 소리들만을. 쉽게 잡히지 않는, 정신의 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