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290]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00:10.170]우리 집에 살던 백구 [00:14.850]해마다 봄 가을이면 [00:19.420]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00:24.100]어느 해에 가을엔가 [00:28.590]강아지를 낳다가 [00:33.170]가엾은 우리 백구는 [00:37.650]그만 쓰러져 버렸지 [00:42.270]나하고 아빠 둘이서 [00:46.650]백구를 품에 안고 [00:51.030]학교 앞의 동물병원에 [00:55.360]조심스레 찾아갔었지 [00:59.940]무서운 가죽 끈에 [01:04.170]입을 꽁꽁 묶인 채 [01:08.620]슬픈 듯이 나만 빤히 쳐다봐 [01:13.120]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01:17.450]하얀 옷의 의사 선생님 [01:21.730]아픈 주사 놓으시는데 [01:26.120]가엾은 우리 백구는 [01:30.450]너무 너무 아팠었나 봐 [01:34.730]주사를 채 다 맞기 전 [01:39.000]문 밖으로 달아나 [01:43.380]어디 가는 거니 [01:45.790]백구는 가는 길도 모르잖아 [01:51.320]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01:59.730]음~ 음~ [02:08.350] [02:09.800]학교 문을 지켜주시는 [02:14.030]할아버지한테 달려가 [02:18.360]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02:22.660]다급하게 물어봤더니 [02:27.010]웬 하얀 개가 와서 [02:31.300]쓰다듬어 달라길래 [02:35.580]머리털을 쓸어줬더니 [02:40.060]저리로 가더구나 [02:44.500]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02:48.580]아무 것도 뵈지 않았고 [02:52.760]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02:57.040]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03:01.450]줄넘기를 하는 아이 [03:05.630]팔방 하는 아이들아 [03:09.960]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03:14.240]알면 가르쳐주려마 [03:18.680]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03:22.820]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03:27.050]내 앞을 지나가면서 [03:31.330]혼잣말로 하는 말씀이 [03:35.560]웬 하얀 개 한 마리 [03:39.790]길을 건너가려다 [03:43.880]커다란 차에 치여서 그만 [03:52.600]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04:00.390]음~ 음~ [04:08.250] [04:10.590]백구를 안고 돌아와 [04:14.430]뒷동산을 헤매이다가 [04:18.610]빨갛게 핀 맨드래미 꽃 [04:22.770]그 곁에 묻어주었지 [04:27.100]그 날 밤엔 꿈을 꿨어 [04:31.280]눈이 내리는 꿈을 [04:35.560]철 이른 흰 눈이 뒷산에 [04:40.000]소복소복 쌓이는 꿈을 [04:43.190]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04:51.460]음~ 음~ [04:59.870] [05:01.970]내가 아주 어릴 때에 [05:06.150]같이 살던 백구는 [05:10.480]나만 보면 괜히 으르렁하고 [05:14.910]심술을 부렸지 [05:18.090]나나나나 나 나나나 나나 [05:26.450]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