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전봇대 뒤에 숨은 하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밥 달라고 하네 너무 안쓰러 귀여워 구멍가게 가서 쏘세지 두개 사서 너 하나 나 하나 우린 친구됐네 숨바꼭질 하고 달리기도 하고 뽀뽀해 안아줘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휘파람 소리에 마치 우리는 모르는 남남인 것처럼 뒤도 안보고 가네 아 너는 개였구나 많이 아프게 혼자 있었나 우린 너무 멀리 왔나 그래 어차피 나는 혼자인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많이 힘들었다 너 없는 동안에 정말 많이 변했다 밝은게 싫어서 커튼은 늘 닫아 그냥 누워 버린다 온종일 이불 속 들어가 자다가 깼다가 니 생각 하다가 너하고 나하고 우린 사랑했는데 많이 아프게 혼자 있었나 우린 너무 멀리 왔나 그래 어차피 나는 혼자인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눈뜨면 일하고 퇴근해 집에 와 기댈 곳 하나 없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해에도 달라진게 없네 나이 서른이 넘도록 울고 있는 나는 주책맞은 아저씨 아 나는 혼자 있네 아 나는 혼자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