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꽃들이 굳세게 피어나도 나는요 기쁘지 않아 시들 날만 떠오르는데요 어리석은 난 꿈 꿀 일이 두려워 밤새 잠 못 들고도 해요 목이 쉬도록 온종일 지저귀는 새들의 아픈 노래도 더는 들어주지 않을래요 매정히도 난 놓칠 일이 두려워 그대 손도 못 잡아줬죠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 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너른 잎사귀 흔들어주던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 길모퉁이엔 꼬리를 세운 그리움이 기다려 저벅저벅 도망치던 그 사이 내 손등을 할퀴고 가면 뿌리도 없이 위태로이 버텨온 한 그루의 너 모진 비바람으로 휘몰아치던 구슬픈 사연이 떠올라 플라타너스 다 괜찮다는 듯이 마른 잎사귀 흩뿌려주던 플라타너스 떠난 것은 너인데 미안한 것은 오히려 나야 오히려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