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도. 우린 같지만 또 다르고, 알면서도 모르고. 그래. 오늘도 니 앞에 난 서 있어. 그 어떤말도 필요없어. 그냥 서 있어. 대화를 잃어 버린건 벌써 몇 십년이 더 지난 얘기라, 실은 눈빛을 더 믿어.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때가 많았어.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은 늘 짧았어. 같은걸로만 알았던 우리는 닮았어. 다른 공간에 살았어도 항상 만났어. 모든게 짜여진 각본처럼 딱 맞아. 너와 난 참으로 한 몸처럼 착 달라 붙어있어. 그럴 때면 차가와. 너는 감정이 없어. 얼음안에 사나봐. 그래서 메아리치고 있는 얼굴 앞에 숨결조차 느껴질 수 없는 너를 향해 이렇게 묻고 있어. 내 말은 듣고 있어? 널 위해 울고있어. 아픔을 난 몰라서. 가슴부터 녹아서. 웃는게, 우는게, 너무나도 힘이 들어. 아픔을 난 몰라서. 가슴부터 녹아서. 웃는게, 우는게, 너무나도 힘이 들어. 그래. 오늘도 니가 내 앞에 있어. 일그러지고 화난 표정. 날 향해 있어. 그래. 다 듣고 있어. 다 유리막에 비춰 손가락질 하는 모습도. 삶에 지쳐 그럴 수밖에. 오늘, 아니 지난 몇 년. 널 보고 또 봤어. 너를 놓친적은 없었던 내 기억속에 너는 몇 번이고 벗던 걸. 더러운 삶의 허울들을 갈아엎던 걸. 그런데 사람들은 모르더라. 하찮은 허울에 껍데기만 고르더라. 준 것도 없으면서 달라고 막 조르더라. 나 마져 사랑에 배가 너무 고프더라. 네 말이 메아리치는 지금 이 자리도 너 뿐이라는 것도, 눈물이 기다리고 있지만 날 보며 미소를 지어내고 있어. 다 씻어내고 있어. 아픔을 난 몰라서. 가슴부터 녹아서. 웃는게, 우는게, 너무나도 힘이 들어. 아픔을 난 몰라서. 가슴부터 녹아서. 웃는게, 우는게, 너무나도 힘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