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조) 심청이 거동 보아라. 시비 따러 건너간다. 이 모롱을 지나고, 저 고개를 넘어 서서, 승상댁을 당도허여 대문간을 들어서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 으 있는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굽니난 듯. 중문 안을 들어서니, 가세도 웅장허 고 문창도 찬란헌디, 반백이 넘은 부인 의상이 단정허고, 피부가 풍미허여 복기가 많은 지라. 심청을 반겨 맞어, “아가, 네가 심청이냐? 듣던 말과 과연 같구나.” 좌를 주어 앉 힌 후어 자세히 살펴보니, 별로 단장 없을망정 국색일시 분명구나. (중중모리) “엄용허고 앉인 거동, 백석청탄 맑은 물 목욕허고 앉은 제비가 사람을 보고 날랴는 듯, 황홀한 그 얼굴은 천심으 돋은 달이 수면에 비치온 듯, 추파를 흘렸더니 새 벽빛 맑은 하늘 경경한 샛별이요, 팔자 청산 가는 눈썹은 초생편월의 정신이라. 양협의 고운 빛은 부용화 새로 핀 듯, 입을 열어 웃는 양은 모란화 한 송이가 하룻밤 비 기운으 피고져 벌이는 듯, 호치 열어 말을 허니 롱산앵무로다. 전신을 살펴보니 응당히 선녀라. 월궁에 노든 선녀 도화동에 적하허여 벗 하나를 잃었도다.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에 네가 나니, 무릉으 봄이 들어 도화동으 개화로다. 악아, 내 말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 허시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 가서 미혼허고, 어린 자식 말벗 없어 적적한 빈 방안에 대허나니 촛불이요, 보는 것이 고서로다. 너의 신세 생각허니, 양반의 후예로서 저렇듯 곤궁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면 여공도 숭상허고, 문자도 교습허여 기출같이 성취시켜, 말년 재미를 볼까허니, 네의 뜻이 어떠허냐?” (중모리) 심청이 듣더니 여짜오되, “소녀 팔자 기박허여 낳은 지 칠일만으 모친 세상 버 리시고, 눈 어두신 아버지가 품안으 저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계우계우 길러내어 이만큼이나 자랐으나, 먼 데 가신 어머님은 얼굴도 모르옵고, 궁천 지통 맺힌 원한 그칠 날이 없삽더니, 오늘날 마님께서 미천함을 세지 않고 딸 삼으려 허옵시니, 모친을 모시온 듯 감격허고 황송허오나, 마님 말씀 좋사오면 소녀 몸은 영귀 허나, 안맹허신 우리 부친 조석공양 사철 의복 게 뉘라서 받드리까. 지중허신 부모 은덕 사람마다 있건마는 소녀 더욱 유별허여, 부친은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와 시측을 일시라도 떠날 길이 없삽내다.” 두 눈에 눈물이 빙빙 돌며 목이 메어 말 못 헌다. (아니리) 부인 또한 측은하여, “네 말이 당연허다. 출천지효녀로다. 노쇠헌 내의 뜻이 미처 생각 못했구나.” 그렁저렁 날 저무니 심청이 여짜오되, “마님의 높으신 덕을 입사 와 종일토록 모셨으니 영광이 많사오나, 일력이 다하오니 그만 물러가겠나이다.” 하직 허고 돌아올 적,